본문 바로가기

일상3

'해야 한다' 말고 '할 수 있다' 최근 난 심각한 공허함에 시달렸다.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몸이 힘든 것도, 외로운 것도 아니다.감정이 마비된 것인지, 아니면 기력이 떨어진 것인지.. 그저 팽팽한 풍선의 바람이 빠진 느낌과 비슷한.나는 '공허하다'는 단어가 그 상태를 비교적(완전히는 아니지만) 잘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 우울감과 비슷하지만 삶의 좌절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저 혼자서 생각하고 싶었을 뿐.공허함의 부작용은 무기력이다.나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무언가 심적 동력이 사라진 기분은 무중력 상태에서 오도 가지 못한 채 뱅뱅 떠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결국 나아가고 싶은 마음도, 주저앉고 싶은 마음도 모두 사라져버렸다.무언가는 .. 2025. 3. 6.
나의 일을 컨테이너(Container)에 담기 ​ 컨테이너는 철학이다컨테이너는 바퀴의 발명에 견줄 정도로, 물류의 혁신을 가져온 최고의 발명품이다.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어디에든 보관할 수 있으며, 배, 기차, 화물트럭 등 무엇으로도 나를 수 있다. 화물을 적재하고, 적재된 화물을 꺼내기에도 매우 간편하다. 그 과정에서 별도의 인력이 거의 필요없다. 일단 물건이 실린 컨테이너가 쉽게 열리지 않게 단단히 걸어 잠근다. 항구에서는 지게차로 크레인까지 옮기고, 크레인으로 컨테이너선으로 옮기면 끝이다. 도착한 항구에서는 역순으로 이루어진다. 하역된 컨테이너는 필요한 곳까지 기차나 트럭에 실려 운송된다. 모든 것은 규격화 되어 있고, 표준화된 규격에 따라 물류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컨테이너 안에 실린 물건을 확인할 필요가 없으며 컨테이너에 따라 붙은 서류.. 2025. 3. 6.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 '포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 중 하나가 바로 '포기'임을 깨달은 것은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포기만큼은 포기하지 마라는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에 있을까.하지만 진실임에는 틀림없다.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말이다. 우리는 사는 동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자신의 한계를 미리 인정하지 말라고. 지레 겁먹고 내려놓지 말라고.끝까지 투쟁해서 목표를 쟁취하라고.목표가 주는 묘한 도전욕 위에 포기하면 안된다는 도덕적(?) 당위성이 얹어지면포기하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고, 실패는 나쁜 것이라는 선과 악의 구분 비스무리한 잣대가 보이지 않게 나를, 내 삶을 재단하게 된다.그래서 만약 실패라도 할라치면 마치 커다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자책하곤 한다.그런데 그 이유가 포기했기 때문이라면 뭘 더 말.. 2025.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