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철학/공생 투자

40만원을 주고 산 (20년전) 투자철학 (상)

봄알나무 2021. 4. 22. 17:59

2021년이다.

드러내놓고 자랑할만한 투자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투자경험은 햇수로 20년이 넘었다. 내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2000년도. 우리 사회는 IMF를 갓 졸업한 상태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집중투자된 인터넷과 IT를 기반으로 닷컴 투자열풍이 불어닥칠 때였다. 

돌아보면 그때 주식투자는 지금의 코인투자와 많이 닮았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 같던 시절, 조금 과장하면 홈페이지만 하나 만들어도 어엿한 IT기업으로 대접받고 투자받을 수 있던 분위기였다. 서점마다 재테크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에 온 국민이 열광했다. 주가가 3200을 노크하는 지금과너무나 분위기 비슷했던 그 시절이 자그마치 20년 전이다.

그래, 이제는 저축이 아니라 투자야! 주식투자를 익히기 위해 정말 부지런히 공부했다. 경제신문 구독은 물론이고(그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난 경제신문을 구독한다), 강남역 근처 어느 컨벤션 센터에서 주식투자 설명회에 참석해서 무려 40만원짜리 주식투자 비디오 테잎도 샀다(요즘은 암호화폐 투자를 주제로 이런 식의 투자 설명회(?)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자취방에서 돌려보려고 VHS 비디오 플레이어도 장만했다. 이게 주식투자를 위한 내 최초의 투자(?)였다.

EBS 강의 듣듯이, 몇일에 걸쳐서 비디오를 보고, 메모를 하고, 함께 받았던 교재에 표시해가면서 공부했다. 구체적인 기법은 생각나진 않지만, 주요 내용은 세력이 매집하는 주식을 찾아내는 방법인 걸로 기억한다. 가장 먼저 외국인이 끌고 가고, 그 뒤에 기관이 들어가는데, 개미투자자들은 바로 이러한 기관과 같은 세력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해야한다고 했다. 비디오 속의 강사는 세력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기관 말고도 또 있다고 했는데, 주가조작 조직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40만원짜리 비법은 오직 주가흐름과 거래량만 보면 된다고 했다. 

그 세력을 포착하는 비법은 아래 그림과 같다.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 선이 주가의 흐름이다. 아래 녹색바는 거래량을 보여준다.

주가가 매물벽을 만나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 그림처럼 거래량이 터진다면?

매물벽이 무슨 말인지는 모두 이해할 것이다. 이전 고점이나 특정한 계기로 많은 물량이 매집했었던 가격대를 말한다. (요즘 삼성전자 8만원대에서 구조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바로 그 8만원대가 매물벽이다.) 매물벽은 오래 저점을 유지하다가 매물벽의 가격까지 주가가 오르면, 마음 고생에 지친 사람들이 원금이라도 얼른 회복하려는 생각에 매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그 아래로 주저 앉는 경우가 많아 벽이라고 부른다. 

주가가 매물벽을 만나 주춤할 때, 거래량이 폭증한다면?

 

암튼 매물벽에서 거래량이 터지고, 주가가 잠시 주춤할 때는 바로 세력의 매집이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따라서 무조건 사야한다는 것. 그러면 이런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귀한(? 비싼) 말씀.

 

매물벽만 넘으면 주가는 훨훨 날아갑니다

 

뭐.. 이것 말고도 몇가지 더 있었는데 모두 거래량이 터지는 시점을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바로 그 거래량이 세력이 움직이는 증거라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더라도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기술적 분석에서 보면 기초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1회독을 마치고, 근처 PC방에 가서 배운 대로 1,000개 쯤 되는 종목을 쭉 훓었고, 제일 만만해 보이는 후보 몇개를 골랐다. 투자금 500만원 중에서 투자강의 테이프값 40만원을 제하고 460만원으로 첫 투자를 시작했다. 무려 40만원짜리 투자비법을 전수받은 거라 나는 곧 부자가 될 줄 알았다.